무뎌진다는 것 - 투에고
💰 12,800 원
📖 235 p
신간은 아니었고 책이 예뻐서
도서관에서 빌리게 되었고
24년도 초에 읽게 된 책이에요.
줄거리
1)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기 다르다.
행여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고 있거나,
속으로 비웃고 있는 건 아닐까.
설혹 그렇다 한들 속으로 끙끙 앓아봤자 자신만 지칠 뿐이다.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지만,
모두가 나를 좋아해 줄 수는 없다.
도리어 너무 얽매이다 보면 그 속에 갇혀 자신의 주체를 상실하고 만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은 좋지만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너무 힘든 삶이 될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하지
모두가 나를 좋아하도록 살아야지는
자신의 삶을 깍아먹는 행동이 될 것이다.
1)
출발이 같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속도로 갈 수는 없다.
옆에 있던 사람이 나보다 더 빠르면 간격이 벌어진다.
자꾸 멀어져만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밀려온다.
자신만의 삶인데 남들과 경쟁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출발점, 위치, 속도 따위가 뭐가 중요하리.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을.
사람들은 저마다 잘하는 분야나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고
그에 따라 성장 속도 또한 천차만별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심지어 잘하기까지 하더라도
그 또한 더 잘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1등이 되려고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등수를 상관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삶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1)
유독 그런 사람이 있다.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어색하지 않고 반가운 사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그렇게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1년에 한두번씩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가끔은 나와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지만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다.
시간이 나면 그런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변화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1)
자신의 포부를 금세 이룰 수 있을 것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호언장담하는 친구가 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라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이야기만 할 뿐.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혼자 생각해도 될 것을.
구태여 그런 식으로 매번 각오를 다져야 할까.
노력이라도 수반되면 좋으련만,
딱 빛 좋은 개살구 격이다.
세치 혀로 떠드는 백 마디 말보다,
때로는 말없이 묵묵히 제 갈길을 걷는 것이 좋다.
자신이 무언가 해내고 싶을때
여기저기 내가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소문내라는 글을 많이 봐왔는데
그것도 아무 노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소문을 내든 내지않든 조금씩이라도
노력하는 사람이 되려고 신경을 쓰며 행동해야겠다.
1)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한다.
과연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속절없는 세월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가며 사는 건 아닌지.
아니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잘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어느 토요일의 하루 진짜 게으르고 싶은 날
저런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모자랐던 잠을 보충하며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며
오후에야 이불속을 빠져 나오는 날
그런 토요일이 있다는 건 5일이 바빴다는 것이고
일요일이라도 조금 알차게 지내며
죄책감을 덜어내고 다시 일주일을 시작해야겠다.
2)
퇴근길 후쿠오카의 허름한 선술집 구석에서 마시는 생맥주 한 잔은
고단한 객지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다.
혼자 보내는 평온한 시간이 좋아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누가 돈을 낼지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뿐더러
타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 후 종종 혼자 극장에 가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전차를 타고 여행도 다녔다.
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정취에 취해
창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카페에 들러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건 아마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일 테다.
남이 누구와 있건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주위에서 아니꼬운 눈초리로 보는 사람이 많으니.
나도 시간이나 영화 취향을 맞춰가며 같이 보기보다는
관심 없는 영화에는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보고싶은 영화만 혼자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영화관 팝콘이 아닌 취향에 맞는
과자나 음료를 미리 준비해서 가고
영화에 집중하기에 좋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외여행도 계획을 맞춰가며 가기보다는
1.5배의 계획을 짜두었다가
그날그날마다 가기싫은 곳은 빼고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혼자 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해외여행 혼자 2번감/ 2만보씩 걷다 보니
다리 아픈 날은 숙소 가서 쉬다가 숙소 근처만 여행)
2)
미뤄왔던 공부
미뤄왔던 만남
미뤄왔던 여행
미뤄왔던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요즘 따라, 시간이 모자란다는 건 핑계라는 말이나,
미룰 거면 당장 하라는 말마저 거부감이 든다.
모래시계의 모래는 자꾸 없어져만 가는데,
하고 싶은 일은 늘어만 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제는 막연히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운동을 다니기 시작하고
퇴근 후 일주일에 다섯 번 운동을 갔다.
하던 공부나 독서, 블로그 활동, 여행계획 짜기 등 모든 일에
소홀해져 운동에만 집중해 건강해지고 몸은 좋아졌지만
정신적으로 조금씩 피폐해지고
몸 말고는 성장한다는 느낌이 사라져만 간다.
4개월간 꾸준하던 운동을 잠시 쉬고
집에서 홈트를 하며 독서나 공부에 시간을 들여
다른 쪽으로 성장도 한 걸음 내딛어야 할 때인 것 같다.
3)
숨소리는 거칠어졌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었다.
너무 생생해서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얼굴을 살짝 꼬집어보니, 이내 미세한 고통이 신경을 타고 전해져 왔다.
악몽에서 벗어났다는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정신을 차리려 냉수를 단숨에 벌컥 들이켰다.
프로이트는 그 꿈의 형상이 강렬할수록 기억에 오래 남고,
미미할수록 망각하기 쉽다고 했다.
떠올리기도 싫은 끔찍한 기억의 파편.
무의식 중에 잠재되어 있다가 이따금 악몽으로 재현되기라도 하면
온종일 후유증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악몽. 주변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기가 약해지고 심신이 지쳤을 때 꾸게 되는 꿈
예전에는 가위도 잘 눌렸지만
어느 순간 실증이나 가위에 풀리며
귀신의 멱살을 움켜쥔 날
그때는 컨디션이 좋았던 건지
무섭지 않은 귀신이 나타났던 순간이었던 건지
그날 후로는 기가 강해져 버렸는지
가위에 잘 눌리지 않았고
가끔 눌려도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내 눈 바로 앞에 있던 그 귀신은
강렬한 순간이어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얼굴이 흐릿하지가 않다.
그런 순간이 있기 위해서는
결국 악몽을 꾸지 않으려면
체력부터 키워야만 할 것 같다.
3)
불 꺼진 방에 혼자 남겨진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것이 무섭고 불안했다.
극도의 공포가 정점에 다다를 무렵,
피하고 싶은 마음에 눈을 질끈 감아버릴까도 했다.
그런다고 해서 어둠은 사라지지 않을 텐데.
차라리 단념해 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심 끝에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내 차츰 마음이 안정되었고, 나중에는 어둠에 익숙해져 갔다.
우습지만 새삼 깨달았다.
사람은 그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읽을 때는 그렇구나 싶었는데
어둠에 눈이 적응하는 것은 일반적이며 당연한 일일텐데
그게 어떤 환경이나 상황이라는 말에
적합한지가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적어도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중에
여름철의 만원 엘리베이터나
겨울철의 눈이 쌓인 옥상에 홀로 갇혀버리는 상황에
적응하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4)
폴리셔스라는 공기정화식물을 선물 받았다.
곧게 뻗은 가지. 무성한 연녹색 이파리.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 얼마나 좋던지.
오래오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듬뿍 들였다.
추위에 약하다 하여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기고,
흙이 메말랐다 싶을 때 꼬박꼬박 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일이 많아 바빠져 폴리셔스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아니, 핑계다.
끔찍이 여겼던 처음의 마음이 미적지근해져 버리더니, 끝내 식어버렸다.
비로소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 파는 식물영양제를 사서 물에 희석시켜 듬뿍 먹이고,
말라비틀어진 가지나 잎사귀도 가위로 잘라내주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리어 나무는 더 시들어만 갔다.
나중에 서야 알게 되었다.
나무뿌리가 썩어 문드러지고 나면
썩은 가지를 잘라내고 물을 더 준다고 해서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잘못 흘러간 뒤에 뒤늦은 수습을 하려 해도
전혀 수습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미뤄두지만 말고 조금씩이라도
관심 가져서 행동하는 모습이 중요한 것 같다.
4)
똑같은 일상,
무의미한 시간,
나약해져 가는 열정,
지난날에 대한 후회.
"새로운 삶을 원한다면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돼.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 한 번 뿐인 인생이잖아.
지금이야."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 반복되는 익숙한 일상에 길들여져 버렸다.
쳇바퀴 돌듯 재미도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삶 속에서
편암함과 두려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습관'이란 단단한 틀을 깨부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뜻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결국 용기 내어 자신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매번 그런 순간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벽 앞에 서서, 익숙함에 안주하는 생활을 이어갈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벽을 깨부수고 앞으로 나아갈지 고민을 거듭한다.
선택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누구도 변화를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벽은 분명히
깨부술 수 있는 벽이란 사실이다.
습관이라는 안 좋은 틀을 어서 벗어나야 한다.
게으르고 도움이 되지 않을 습관들을 줄이고
성장이 더딘 취미들을 줄여나가며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야
자신이 잘하거나 앞으로 좋아하게 될
적성에 맞는 일들을 발견해 나갈 것이다.
전체적인 후기
이 책은 제목부터가 에세이 같은 책이고
오랜만에 읽은 에세이였어요.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게 에세이라서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는
심리적 안정과 마음의 회복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어요.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너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써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 자신의 회복에 조금 더 신경을 쓰라는
마음의 위로를 담고 있어요.
달라지고 싶다면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되고
단 한 번뿐인 인생이니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봅시다!
자기 계발서에는 기록할 글이 많은데
에세이는 보고 마음속에 담아둘 글들이 많아서
다소 마음 편하게 읽게 되었어요.
가끔 읽는 에세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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